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좋다는 말도 함부로 못하는 윗분들 형편

시골 교회 목사 사모께서 심방에 따라 나섰다. 찾아간 집에 놓인 일제 보온밥통. 70년대 후반 사우디 근로자가 귀국하면서 사오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야, 그 밥통 좋다." 사모는 두어 번 밥통을 어루만지며 부러워 했다.
몇 일 후 그 집 안주인이 시험에 들었다. 밥통이 좋다는 사모의 말을 밥통을 사내라는 압력으로 듣고 형편이 어려워 사줄 수 없으니 교회를 나가지 않겠다는 겄이었다.
어릴 때 이 장면을 목격한 나는 윗사람이 쉽게 말하면 안되는 경우를 보았다. 일부러라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국회의원이 들러 접대용으로 낸 사과를 먹으면서 "맛있다"를 연발하자 자기 고향에서 나는 맛있는 사과를 선물하는 사람도 보았다. 의원은 까맣게 잊는다. 택배로 사과를 받은 사무실에서는 무심하게 손님들에게 깎아서 낸다. 한참 후에 다른 자리에서 의원을 만난 이가 자신이 사과를 보낸 이야기를 한다. 의원은 무슨 소린지 못알아 듣는다. 선물했던 사람은 서운해 하고......
간혹 옷이나 타이를 선물 받으면 불편하다. 그를 생각하면 입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텐데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으니 말이다. 내가 청한 일이 아니니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지만 세상일이 그리 쉬운게 아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춤추면 안되는 경우도 있어 윗사람 노릇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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